백수 기록 ep. 0

 

백수 기록 EP. 0  <준비운동>

 

 

꽤 긴 기간의 타지 생활을 마무리하고 본가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동안은 주요한 일정 없이 지내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자유가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된다. 그래서 나름대로 굵직굵직하게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말이 계획이지 여백이 생각보다 너무 커서 잘 채워가려면 틀을 잘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어떻게 이 방대한 여백의 시간을 잘 보낼까 고민하다가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겨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공개된 곳에 내 이야기를 쓰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왜냐하면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글을 쓴다면 결국에는 꾸밈만 가득한 외식된 삶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SNS를 마냥 좋아하지 않는 이유와 결이 같다)

 

하지만, 그게 또 한편으로는 나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도 있으니 그렇게 해보자 싶었다. 일상을 기록하는 것의 유익 중 하나는 '기록하려고 하면 내 하루를 잘 채우게 된다'는 것이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일기를 써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일기를 쓰다 보면 하루를 더 잘 그려내고 싶은 욕심을 갖게 된다. 하물며 아무도 안 보는 일기장도 그런데, 공개된 곳에 글을 쓰려고 한다면 '내 삶에 뭐라도 하나씩 이벤트를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굉장히 정적인 사람이라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면 나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산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 동적인 사람이 돼 보자고 생각하는 중이어서, 그런 관점에서 블로그에 쓰는 이 글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영상 편집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서 vlog는 포기)

 

 

 

이제 여백 생활을 시작해 보자, 짐 풀기

 

그렇게 시작된 여백 생활의 첫 번째 할 일은 '짐 풀기'였다. 이삿짐 택배 박스로만 9박스에 달하고, 큰 캐리어랑 다른 여분의 박스까지 합치면 꽤나 많은 짐이 집으로 들어왔다. 이 짐들을 다 어찌할꼬... 사계절 옷이 방 입구에 가득 쌓여 문을 막았다. 내 첫 번째 숙제는 이번 주가 가기 전에 짐을 다 푸는 거였다. 뭐든지 시작이 중요한데, 주말을 넘기지 않고 짐을 다 풀어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할 때 잘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에 있는 드레스룸에는 이미 내 옷이 들어갈 공간이 없어서 방 한편 수납공간을 잘 활용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개인적으로 집 인테리어와 정리에 관심이 많아서 본가의 수납 정리는 도맡아서 하는 편이었다. 이제껏 공간을 정리할 때마다 수납함들을 많이 사곤 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수납함을 사지 않고 있는 것을 잘 활용해서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대신, 옷걸이에는 조금 투자를 했다. 원래 사용하던 옷걸이 대신 원목 옷걸이를 주문해서 열자마자 보이는 눈높이에는 원목 옷걸이를 사용해서 상대적으로 깔끔하게 보이도록 만들었고, 겨울옷 등 부피가 큰 옷들은 기존에 사용했던 얇은 옷걸이를 사용해서 정리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기숙사에서도 잘 활용했던 멀티탁을  옷장에 붙여주어 문을 열 때마다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다.  (역시 인테리어는 조명이 반이다ㅎㅎㅎ)

 

 

 

 

 

 

짐 풀기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하지만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사실 본가에서 꽤나 오랜 시간 동안 타지생활을 했다 보니 내 공간이 없었는데, 본격적으로 내가 하루종일 보낼 공간을 꾸미게 된 느낌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 <짐 풀기>의 콘셉트는 새로운 수납 물건을 사지 않는 거였다. 그래서 집에 있는 수납공간을 다시 다 정리하고 내 공간을 만들어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중 하나가 이 바구니다. 방에 6단짜리 낮은 책장에 라탄 바구니들을 넣어 수납함으로 바꾸어 사용 중이었는데, 이 6단 바구니가 모두 꽉 차있었다. 마침 이 수납함이 책상 바로 옆에 있어서 내 개인 물건을 넣기에 딱이었다. 그래서 용도가 중복된 바구니를 합치고 한바탕 정리를 해서 두 개정도의 바구니를 비웠다. 😎 덕분에 가장 핵심 위치에 내 물건을 넣어놓을 수 있게 됐다. 나는 기록하는 걸 좋아해서 수첩이 엄청 많은 편인데, 이거를 차곡차곡 세워 넣고 나니 내 보물상자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핸드크림 선물 받았을 때 놔두었던 포장 박스인데,

길이가 마음에 들어서 가져왔다

 

 

 

 

 

 

책정리가 가장 곤혹이었다.

 

 

 

안 그래도 집에 책이 많은 편인데, 이번 짐 박스에 나누어 넣어둔 책들이 너무 많았다. 몇년치 책들을 다 들고왔더니 책을 정리하는게 제일 힘들었다. 그래서 읽은 지 오래되거나 더이상 보지 않을것같은 책들은 많이 버렸다. 역시 세월을 정리하는것은 쉽지 않다. 책정리를 하다가 발견했는데, (참고로 여기서 부터 몇문장은 본인 자랑이 들어가있다. 죄송) 예전에 읽은 책에 포스트잍이 빼곡히 붙어있는 걸 보고 어린시절의 내가 너무 대견스러웠다. 

 

이때 당시에는 책에 'ㅊ'자도 모르던 나였는데 (사실은 지금도 그렇다...) 이 때,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심산으로 독서 토론대회라는 거를 나가봤다. (참고로 책을 싫어하는 이과였다) 그때 저렇게 열심히 책을 읽었었나보다. 지나고보니 아무것도 모르는데 열심을 다해보려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조금은 기특해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더이상 이 책을 읽을것같지는 않았지만, 차마 이 책은 버릴수가 없었다.

 

 

 

 

 

짐정리가 얼추 마무리가 되었다. 가족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었다. 내가 손이 굉장히 느린편이어서 정리나 청소도 혼자 하는 편인데, 그걸 어머니께서 아시고 오히려 배려해주셨다. 정리는 내가 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시면서도 중간 중간 버려야할것들이 나오면 정리를 도와주셨다. 사실 이게 제일 어려운 부분인데, 덕분에 빨리 정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콧구멍에 바람쐬기, 거제도 나들이

 

최근에는 너무 바쁘게 지내다보니 어디를 간다는 생각도 못하고 지낸지가 꽤 됐다. 짐 정리를 하던 도중 주말겸해서 거제도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자세한 글은 별도로 쓰겠지만, 날씨가 너무 좋았다. 아, 사실 날씨는 엄청 더웠는데 하늘이 쨍해서 너무 예뻤다. 덕분에 마음에 바람 한 줌 넣고 왔다. (덕분에 힘내서 짐정리 끝!)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할 준비가 된 것 같다

 

짐풀기를 끝내고 이제야 본격적으로 정착한 느낌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처리해야할 메일이랑 아직 끝내지 않은 일들을 처리했다. 그리고 계획한 일들을 정리해보고있다. 오후에는 집 근처 헬스장에가서 PT를 등록하고왔다. (요가만 주구장창 해봤지 웨이트는 처음이다..!! 기대된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ep 에 적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