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Notice
«   2024/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백수 기록 ep. 3 본문

JOURNAL

백수 기록 ep. 3

areum_ 2023. 9. 5. 11:21

직전 기록 읽기, <백수 기록 ep. 2>

 

 

백수 기록 ep. 3
<백수 일상의 프레임워크의 형성>

 

지난 ep. 2를 작성한 이후로 이주 만이다. 내 인생에서 첫 공백기를 맞은 이후로 꽤 오랫동안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유적 표현으로의 "정리"가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정리였다. (ep. 2에서 언급했던 다용도실 추가 팬트리 정리까지 다 끝냈다. 이것도 사실은 할 말이 많은데, 이 이야기는 조금 뒤로 미뤄두겠다.) 몇 주간 걸쳐 이어진 이 정리의 시간은 일종의 "준비 운동" 같은 거였다. 

 

나는 새로운 페이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노트를 쓰다가도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가는 걸 좋아하고, 달력의 새 장을 좋아하고, 새로운 하루, 새로운 일주일, 새로운 한 달, 새로운 해를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이건 여담인데, 그러한 이유에서 나는 종종 나를 <월요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곤 한다. 아무튼, 정리의 기간은 나에게 이 시간에 "새로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나의 하반기를 여는 시간 말이다.

 

그렇게 준비 운동을 마친 후에 내가 한 것은 '일상의 프레임워크 만들기'였다. 이건 내가 새로운 장을 열 때마다 크게 작게 해 오던 습관이었다. 옛 말에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나는 새로운 공간, 새로운 시간을 시작할 때 그 기간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편이다. 예를 들면 내가 대학 새내기 때 첫 개강 날 첫 수업을 듣고 한 게 학교 도서관을 가는 거였다. 첫 수업이어서 딱히 배운 것도 없었지만, 그날 가서 앉았던 도서관 자리가 졸업할 때까지 꽤 오랜 시간 비공식적으로 나의 자리가 되었다. 백수가 된 나에게는 그런 일종의 '틀'을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아니면 내 일상이 슬라임처럼 굴러다니다가 나름 쌓아보려 하다가도 오래 못 가고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백수 기록 ep. 2>에서 말한 것처럼 내 인생의 one thing을 기준으로 한 달, 일주일, 하루 할 일들을 조정했다. 노트 위에 작성된 생각들을 실제 현실세계로 끄집어(?)오기 위해서 나만의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 특히 지난 2주는 내가 정해놓았던 one thing을 견고하게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는 집에 온 후로 정리하느라 뒤로 밀려있던 생체 리듬을 조금 돌려놓았다. 덕분에 아침에 해가 뜨기 전 일어나 해 뜨는 것을 보는 것이 백수 생활에 행복한 낭만이 되었다. 엉성하지만 굵직굵직하게 잡아 놓은 골격들 사이로 새로운 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이 뼈대 위에 예쁜 살들을 붙여나가고 있다. 

 

 

 

 

여담 1. 부모님 집에서 하는 자취 (?)

 

 

본가에서 자취한다는 마음으로 백수생활을 보내고 있다. 아, 여기서 말하는 '자취'의 요소는 <집안일>을 내 일상에 추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숙사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딱히 집안일이랄 게 없었다. 애초에 취사가 불가능하니까. 그런데 본가에 오게 되면서 장 보는 거나 식사, 그리고 청소는 내가 자취하는 것처럼 해보고 있다. (엄마 돈으로 살림하니까 너무 행복하다) 덕분에 안 해본 것들도 해보고 하고 싶은걸 마음껏 누리는 중이다. 새벽에 나만의 시간을 갖고 아침에 배송 온 1주일 치 장을 소분해서 정리하는 게 즐거운 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아침은 내가 준비하는 편이다. 가족 구성원이 일어나는 시간이 다른데, 내가 섬길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 처음에는 내 오전시간이 토막 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는.... 엄청난 J성향이다.), 이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 깨달았다. '내 인생에서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혼자서 오랜 시간을 지냈었다 보니 모든 시간표가 1인분 짜리였다. 그러다 보니 집에 와서 초반에는 뭔가 내 안에서 삐그덕 대는 신호들이 보였었다. 그래서 한동안 혼자서 이걸 조율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가족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매일매일 깨달았고, 처음에는 내가 주는 게 많아 보였지만, 사실은 내가 받고 있는 게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현재, 나에게 이 시간은 너무 큰 기쁨이 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존경합니다)

 

 🥪 요즘 내가 빠진 모닝 샌드위치 레시피 👩🏻‍🍳

더보기

통밀 식빵을 토스터기에 넣고 버튼을 눌러놓는다.

양상추를 식초물에 담가놓는다. (세척)

그 사이에 계란 하나를 풀어서
스크램블 에그를 닮은 계란을 만든다.

 

식빵을 반을 잘라서 한쪽 면에만 딸기 잼을 살짝 발라준다.

 

나머지 재료들을 넣어준다. (끝)

 

 

 

 

여담 2. 나의 첫 당근 🥕

 

 

 

 

인생 첫 당근거래를 했다! 판매가 아니라 구입이었다. 나는 엄청난 빵순인데, 정제 탄수화물이 몸에 안 좋아서 끊어볼 생각이었다. 근데... 하루아침에는 쉽지 않아서 통밀빵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했다. 냉동실에 쟁여둔 통밀빵을 데워줄 아이가 필요해진 시점이었다.

 

얼마 전 언니네 집에 방문했을 때 어머니께서 언니 집에 있는 토스터 그릴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셨다. 이 두 가지가 맞물려서, 고민하다 발뮤다 토스터기를 당근으로 구입하게 되었다. 마침 정말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이 있어서 데려왔다. (원래 있던 에어 프라이어들은 새로운 팬트리쪽으로 넣어주면서 세컨 키친 느낌으로 재정리했다) 결론은, 너무너무너무 잘 쓰고 있다. 

 

 

 

 

 

 

 

여담 3. 혼자 찍는 VLog

요즘 혼자 보내는 시간을 V-Log로 찍고 있다. 지극히 개인 소장용으로 찍고 있다. 찍는 이유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자기만족이다. 혼자서 시간관리를 하다보니 그냥 일종의 동기부여제로 쓰고 있다. 그러다 이렇게 가끔 블로그 썸네일로 쓸 수 있으니 좋구먼! 진지하게 Study-with-me 채널을 운영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장비 구입 같은 초기 세팅 비용 +  신경 쓰는 에너지를 생각해 보니 안 하는게 낫겠다 싶었다. 하지만 또 모르지.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그 책 때문에 나의 경제 활동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는 중인지라, 시간 많은 백수는 어디로 또 튈지 모른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