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 가을경주, 여행테마: 내 맘대로 안된다고 찡찡대지 않기 2

 

 

 

 

 

 

 

[여행기록] 가을경주, 여행테마: 내 맘대로 안된다고 찡찡대지 않기 1

 

 

 

 

 

 

안녕하세요
지난 1편에 이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경주 가을 여행 이야기입니다.

 

 

둘 째날,  굿 모닝!

 

첫째날첫째 날 여러 장황한 계획이 엎어지고 예상치 못했던 일정들로 첫째 날이 어지러워졌지만 잠드는 순간까지도 '오늘 하루 특별했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첫째 날 밤 변경된 일정들을 정리하며 둘째 날 일정을 세워봤다. 고민하다 첫째 날 가지 못했던 경주월드를 둘째 날 오전에 가기로 했다. 일단 아침에 조식을 먹고 보문호를 산책한 후 체크아웃해서 바로 옆에 있는 경주월드로 가자는 계획이었다. 경주에서의 아침은 신선놀음 같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경치를 보며 한량처럼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여유가 MAX가 되었다.

 

 

 

 

 

힐튼호텔 조식

 

힐튼 조식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토요일 기준) 시간을 잘못 맞추어가면 자리가 없어서 앞에서 조금 대기를 해야 한다. 나는 7시쯤 방문했는데 이미 만석이었다. 특히 2인 자리가 아닌 3인 이상의 자리는 잘 안 나서 뒤에 오는 2인 팀을 여러 번 (굉장히 여러 번) 먼저 들여보내주며 기다리거나 호텔 로비의 커피숍 테이블을 이용해야 한다.예전에 기다리는 게 싫어서 라운지 카페에서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좌석자체는 좋았으나 음식을 가지러 가는 거리 때문에 불편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끝까지 기다려서 뷔페 내부에서 먹었다.

 

힐튼 조식뷔페는 얌전하고 단아한 스타일이다.  다시 말해, 화려하지는 않다.

 

 

 

 

힐튼 조식은 수프, 중식, 딤섬류와 같은 요리가 한 라인코너정도에 있고 다른 코너에는 샐러드, 한식, 그리고 빵과 디저트가 있다. 이 둘 사이에는 계란요리와 쌀국수를 즉석 해서 만들어주시는 공간이 있다. 써니싸이드업이랑 오믈렛, 스크램블애그 다 있었던 것 같다. (본인은 스크램블을 가장 좋아함)

 

원래 엄청난 빵순이 었던 나는 예전에는 조식을 먹으면 늘 아메리칸 스타일로 먹었으나, 지금은 콜레스테롤 조절을 목표로 식단조절 중이기 때문에  '버터'는 피해야 할 녀석이었다. (내 사랑 크로와상 안녕...) 그래서 최대한 몸에 좋은 식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는 것들 위주로 담아왔다. 그래도 여행이니까 소심하게 팬케이크 하나는 집어왔다. 요즘 식단조절을 하면서 일상에서 여러 면이 좋아지고 있는데, 이건 조만간 최종 목표 날짜가 다가오기 때문에 따로 글을 올릴 계획이다.

 

 

 

 

보문호 산책

 

밥을 먹고 나서 꼭 해야 하는 코스. 바로 보문호 산책이다. 예전부터 경주에 오면 힐튼 호텔에 묵는 걸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가 산책로 때문이다. 물론 산책로는 굳이 이곳에 숙박하지 않아도 누구나 걸을 수 있지만, 조식 먹고 걸으면 딱 좋다. 공복 유산소가 더 좋다고 하지만, 배가 든든하면 따뜻하니까! 아 그리고 생각보다 외국인이 많았다. 최근에 부산과 서울을 다니면서 예전보다 우리나라에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인데, 경주에도 많아서 놀랐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을 경험하고 싶어서 오는 외국인들이 많아졌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에 산책하면서 조깅하는 외국인과 짧게 인사했는데 뭔가 한적하니 여유롭고 참 좋구나 싶었다.

 

 

 

 

두 번째 무산된 계획

 

체크아웃을 하고 이제 경주월드로 갈 생각이었다. 체크아웃하려고 짐을 정리하는데 테라스에서 보이는 경주월드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도 얼릉 가야지~'하고 체크아웃하러 내려왔는데... 지갑이 없어졌다. 여기저기 찾아보고 어제 갔던 곳, 호텔에 이야기해서 분실사실을 알렸다. 일단 호텔을 나서보자 싶어서 시동을 켰는데 타이어 공기압이 떨어져 있었다. (확실히 어젯밤이 추웠던 게 맞나 보다) 그래서 일단은 멀리 떨어진 시내의 타이어 정비소로 향했다.

 

타이어 정비를 맡긴 동안 우리는 고민했다. 경주월드를 가야 하나 했지만, 그런 거 있지 않는가? 뭔가 어제도 경주월드를 가려고 계획했는데 하필 그 시간에 병원 갈 일이 생겨서 계획이 무산되었고, 오늘도 아침에 경주월드를 가려했는데 지갑이 없어지고... 이쯤 되면 이거는 안 가는 게 좋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안 가기로 마음을 먹자 숨어있던 지갑이 트렁크 짐에서 발견됐다. 발이 달렸는가? 아까 찾아봤을 때는 없던 녀석이 나타났다. 그래, 이렇게 된 거 점심이나 먹자.

 

 

 

 

뼈베레스트와 소 한 마리 탕, "효은옥"

 

점심은 효은옥에서 먹었다. 뼈베레스트랑 소 한 마리 탕을 시켰다. 첨성대 떡갈비가 시그니처라고 되어있어서 사이드로 시킬까 하다가 미나리를 사이드로 시켰다. (내 혈관 건강 절대 지켜) 뼈베레스트는 맛은 좋았으나 기름기를 제거하면서 먹다 보니 양이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고 오히려 소 한 마리 탕이 국물도 맛있고 만족스러웠다. 다음에 방문한다면 뼈베레스트보다는 소 한 마리 탕이랑 다른 탕종류를 시킬 것 같다. 더 자세한 리뷰는 별도의 글로 정리해서 링크를 달아놓도록 하겠습니다.

 

 

 

세 번째 계획 무산, 경북 천년숲 정원... 내 맘대로 안된다고 찡찡대지 말자

 

이번 여행의 주제를 '내 맘대로 안된다고 찡찡대면 맴매'라고 한 이유가 있다. 효은옥에서 점심을 먹고, 한 군데만 더 보고 집으로 돌아가자 싶었다. '그래, 이번 여행은 이런 여행이다!'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정리했다. 그리고 마지막 행선지로 고민 끝에 경북 천년숲 정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웬걸, 바로 앞 목적지까지 2분가량을 남겨둔 골목에서부터 차가 꽉 막혀서 30분을 소요했다. 심지어 주차장은 만차여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되돌아갈 수도 없어서 그저 지나쳐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대로 지나쳤다.....  (네... 이런 날이니까 그냥 지나치실게요)

 

이 풍경만 그 자리에서 한 15분 보고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집으로 가기로 생각했다. 이때가 오후 3시가 넘어가던 시간이었다. 가을이라서 해가 빨리 지다 보니 대략 5시 40분쯤이면 해가 질 때였는데, 더 이상 어디를 가기도 애매하구나 싶었다. 이대로 집에 가자고 이야기하고 집에 가려니 너무 서운한 거다. 우리끼리 말하기로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마음대로 안된다고 찡찡대지 말자~'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는데, 다 큰 어른마음도 서운했다. 기껏 계획을 세워 여행을 왔는데, 뭔가 관광이라고 할만한 거는 하나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대략 손으로 세어보면, 첫째 날 오전 경주월드 계획도 못 가, 첫쨋날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안압지 야경도 건너뛰어, 둘쨋날 경주월드도 오전에 못가, 타이어 공기압은 빠져, 천년숲 정원도 못 간 상황. 뭐야 이거 진짜 아무것도 한 게 없네?) 이런 나의 서운함을 눈치챘는지, 고민하다 핸들을 경주월드로 돌렸다. 다행히 토요일이라 야간개장을 하니까 놀이기구 하나를 타더라도 뭐라도 하자는 마음이었다.

 

함께 여행온 가족들도 마음이 심란했을 텐데 이 철없는 막둥이 마음을 제일 먼저 챙겨주셨다.

 

 

 

 

 

 

 

세 번째 시도만에 도착한 경주월드

 

여행기간 동안 세 번째 시도만에 경주월드에 들어왔다. 4시쯤 도착해서 야간권을 끊을까 온종일 권을 할인받을까 하다 야간권까지 시간을 기다리느니 할인이 낫겠다 싶었다.참고로, 경주월드 자유이용권 구매 시 할인을 이것저것 받을 수 있다. 우리는 각각 카드 할인, 생일자 할인, 경로 할인을 받았다. 생일자는 해당 월에 생일이었으면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대신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그렇게 자유이용권을 끊었고, 창구 직원분께서 "오늘 사람이 많아서 놀이기구 타시려면 1시간 정도 소요되세요"라고 말해주셨다. 아... 경주월드는 사람 없을 때 와서 타는 맛에 가는 곳인데! 살짝 아쉬웠지만, 뭐 상관없었다. 사실 나는 그다지 놀이기구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다. 그저, 뭐라도 해보고 가고 싶은 마음과 가족과 함께 놀이기구를 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뿐이다 (그게 회전목마여도 상관없었다. 참고로, 관람차는 운영 중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 경주월드에서 드라켄이 멈췄다.

나는 이날 겨우겨우 세 개의 놀이기구를 탔는데. 세 번째로 드라켄을 탈까 발키리를 탈까 하다가 드라켄은 조금 무서워서 발키리에 줄을 섰다. 발키리 뒤로 드라켄이 바로 보이는데 어느 순간부터 롤러코스터 위에 사람 머리들이 보이는데 안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레일 위에서 사람이 열차를 향해 걸어 내려왔다 (응?) 알고 보니 드라켄이 멈춘 거였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아찔했다.

 

왼쪽 사진, 직접 찍은 사진 / 오른쪽 사진, YTN 뉴스 캡쳐

 

 

 

 

 

 

마무리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마음대로 된 것이 잘 없었다. 하지만, 이건 나에게 정말 좋은 여행이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만 병원에 급히 가야 했던 일이 별 탈 없이 잘 마무리되었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안압지 야경을 못 봤지만 처음으로 호텔에서 가족끼리 게임도 하고 (엄마가 재밌어하시는 걸 알게 된 건 굉장히 큰 수확이었다)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무엇보다 이 날 먹은 자몽 타르트가 진-짜 맛있었다 (비록 나는 작은 두 입밖에 안 먹었으나)

그리고 둘째 날 내 계획대로 오전에 경주월드를 가지 않았지만 지갑을 진짜로 잃어버린 게 아니었고,

천년숲 정원에 막혀서 가지 못하였지만 차 안에서 줄 서는 것과 기다리는 것에 대해 가족들과 재밌는 토론을 했다.

경주월드에서 계획과 달리 주말에 가는 바람에 사람이 많아서 놀이기구를 많이 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 모두 '이 정도면 충분했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날도 있고, 그리고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항상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계기로 곧바로 이어진 다음 여행에서는 무계획 여행을 떠났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굉장히 극단적인 결과를 도출해버렸네!! ㅎㅎㅎㅎ 여하튼 하루를 쉬고 곧바로 전라도로 여행을 떠났다. 이번에는 숙소 외에는 무계획 여행이었다.

그 다음 여행 기록도 조만간 커밍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