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나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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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네이버 블로그에서 글을 쓸 때가 있었는데,

거기서는 <블로그씨>라고 글감을 물어다주는 기능이 있었다.

그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 

 

블로그씨는 마음이 춥고 공허할 때 더 많이 먹게 되네요.
마음이 공허할 때 내가 주로 하는 것은?

 

 

이 글은, 저 질문에 대한 내 생각이다.

 

 

 

살아가면서 가끔 여백이 나를 찾아올 때가 있다. 그 여백은 내가 어떤 상태냐에 따라 여유가 될 때도 있고, 공허가 될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난 공허하다고 인지했을 때 그 '공허'를 빨리 '여유'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공허를 섣부르게 다른 것으로 채우려고 하지 않는다. 사실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다른 것으로 채우려 하다 보면, 도리어 계속해서 더 깊이 공허해지는 '공허의 함정'에 걸려버리기 때문이다.

 

 

공허를 여유로 바꾸기 1

"눈을 들고 산책하기"

 

 

 

눈을 들고 산책한 다기에는 이 사진은 시선이 바닥을 향한 사진이다.

조금 모순되어 보이지만, 여기서도 나는 여유를 얻었으니, 적절한 사진이라고 하자.

 

 

 

나는 개인적으로 나 자신에 함몰되어 있을 때, (여기서 나에게 함몰되어 있다는 것은, 가령, 자기 연민이나 환경 탓으로 돌리는 책임회피) 공허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나에게 빠져있는 상황⌟에서 ⌜나를 끄집어내는 시간⌟을 갖는다.

 

그중의 하나로, 나는 '산책'을 한다. 산책을 하면서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때 무엇을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공허하게 만든 상황을 곱씹기보다는 눈을 들어 하늘을 보거나, 나무를 보거나, 꽃을 본다. 그러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이 예뻐 보일 때도 있고, 낮에 뜬 달을 마주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감사할 것들이 하나씩 생각난다. 내가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는 것, 떨어진 나뭇잎에서도 예쁨을 느낄 수 있는 것, 등등. 그러면 내가 걸려있던 나의 문제에서 벗어나서 내게 찾아온 여백을 '여유'로 바꿀 수 있다. 그냥 별거 아니다.

 

 

 

공허를 여유로 바꾸기 2

"기록하기"

 

기록에는 힘이 있다. 생각이라는 것은 높은 차원에 둥둥 떠다니는 것인데, 기록은 높은 차원의 생각을 3차원의 현실 (혹은 종이 위의 2차원)으로 끄집어내려 준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막연한 것들을 마주할 수 있게 해 준다. 공허함은 대개 나에게서 결여된 것들을 막연하게 인지했을 때 찾아온다. 일종의 두려움이 기저에 있는 건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그때 나는 기록한다. 내가 왜 공허해하는지, 공허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공허의 실체를 마주한다. 그리고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공허의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고 나면 별거 아니다. 내가 만들어낸 공허이니, 내가 없애기로 마음먹으면 그만이다. 이 공허가 별거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 공허가 내 여유를 빼앗아가지 못하게끔 씨름한다. 이 씨름은 우기거나 떼쓰는 것이 아니다. 자기 세뇌도 아니다. '감사한 것'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참고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가 아니다. 억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내게 있는 감사할 것들을 세어보는 것이다. 감사할 게 없다고 생각했을지라도, 사소한 것들을 써 내려가다 보면, 놀랍게도 이 공허가 별것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공허를 여유로 바꾸기 3

"치트키"

 

이마저도 안될 만큼 공허가 클 때가 있다. 그럴 때 쓰는 내 마지막 치트키가 있다.

나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나는 있다. 내 공허의 민낯을 보여줄 수 있는 내 편이 있다. 바로 가족이다. 나는 때론 그 민낯을 공개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 '공허'는 마치 뻘과 같아서, 한번 빠지면 쉽사리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그때는 밖에 있는 사람들이 꺼내어주곤 하는데, 그들이 나를 꺼내주는 방법은 "빠져나가야 할 곳에서 나는 이곳이 좋다고 앉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표현이 다소 과격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껏 공허함 들을 겪어보면서 느낀 건데, 공허함이란 이렇게 표현해도 괜찮은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가 공허하지 않아도 될 만큼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나는 공허함에 머물기에는 너무도 많은 사랑을 받고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건 여러분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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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함은 생각보다 내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공허는 결국 내가 선택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택한 공허에 내가 머물러있구나'를 인지조차 하지 않은 채 다른 회피처를 떠돌아다닌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지 모른다. 나의 경우에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붙잡은 회피처들은 터진 웅덩이일 때가 많다. 잠시 잠긴 목을 축일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지.. 그래서 중요한 건 내가 잡고 있는 회피처가 '터진 웅덩이구나'를 인지하는 것. 그것을 인지하는 것이 첫 시작인 것 같다. 그리고 제대로 된 웅덩이를 찾아 나서는 것. 여러분은 제대로 된 웅덩이를 찾으셨나요?